가톨릭신문은 새 교황 레오 14세의 선출을 맞아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 – 신학자 70인에게 묻다’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이끄는 교황의 가장 중요한 사목적 과제들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곧 가톨릭교회 전체의 소명을 드러내며 하느님 백성 전체가 그 소명의 실천에 어떻게 협력하고 투신할 것인지를 가르쳐준다. 총 4회에 걸쳐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와 하느님 백성의 나아갈 길을 살펴본다. 1. 시작하며 - 설문조사 결과 종합 2. 시노드 교회를 향해 - 시노달리타스의 실현 3. 교회는 쇄신돼야 -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실현 4. 세상과 교회 - 빈곤과 폭력을 넘어 그리스도의 평화 이전 조사 대비 ‘기후 위기’ 시대 생태 문제 주요 과제로 부상 가톨릭신문은 2005년 베네딕토 16세 교황 선출, 8년 뒤인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에 즈음해 신학자 100인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실시했다. 2005년 조사에서는 ‘서구 문화와 전통적 그리스도교 가치의 충돌’과 ‘대화와 증거를 통한 선교’의 중요성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전자는 서구 사회에서 그리스도교적 가치와 윤리가 더 이상 기꺼이 수용되지 않는 상황을 보여준다. 후자는 그리스도인이 소수인 지역에서 더 절실한 과제로, ‘말씀’보다 ‘증거’가 더 설득력을 갖는 현대인의 심성, 그리고 개방적 ‘대화’와 삶을 통한 ‘증거’가 강조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 2013년 조사에서는 문항이 보다 세분화되었고, 국제 평화와 기후위기 등 사회적 가르침에 대한 항목들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에 대한 대응’이 최우선 과제로 꼽혔으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실현과 빈곤·세계화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교황청의 재정 비리와 불법적 자료 유출 등에 따른 ‘교황청의 쇄신’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됐다. 성직주의의 폐해, 여성 부제직을 포함한 직무사제직 문제, 평신도 특히 여성의 더 활발한 교회 참여, 생명과 가정 윤리 문제 등은 두 차례 조사에서 모두 지속적으로 지적된 과제들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요구되는 생태 문제에 대한 통합적 접근도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조사 결과, 총 17개 과제 제시돼 이번 조사에서도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두 가지 응답을 중복 선택하고, 그 배경과 이유를 기술하도록 했다. 총 17개 항목이 제시됐으며, 이전 항목들에 더해 세계 평화, 시노달리타스, 교회 쇄신 관련 항목이 추가되었다. 조사 결과, 70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35명(25%)이 ‘시노달리타스 구현과 시노드 정신에 따른 교회 건설’을 가장 시급한 사목적 과제로 꼽았다. 뒤를 이어 ‘빈곤과 경제적 불평등, 세계화 문제(양극화, 난민과 이주민 등)’가 27명(19.2%), ‘교회 쇄신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18명(12.9%), ‘폭력과 무력 분쟁 해소 및 평화 회복’이 12명(8.6%)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와 생태환경 보전’ 및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에 대한 대응’은 각각 8명(5.7%)이었다. 시노달리타스와 자비 실현 등 프란치스코 교황 개혁 과제들 이어갈 것 요청 빈곤·경제적 불평등, 기후 위기, 보수·진보 통합 등 주요 사목과제로 떠올라 시노달리타스의 구현 응답률이 가장 높았던 항목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력히 추진해온 교회 개혁과 하느님 자비의 표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1년부터 3년간 진행된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한 세계주교시노드는 프란치스코 개혁의 정점이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못지않은 열정으로 세계주교시노드를 개최했다”며, “시노드 과제 실천만이 교회가 본질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며, 세상 안에서 성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도 “이제 경청하는 교회의 모습은 되돌릴 수 없다”며, “하느님 백성 모두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정진만 신부(안젤로·수원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겸 교학처장)는 “시노달리타스 구현은 아직도 요원한 과제”라며 “각 지역교회의 고유한 상황 속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새 교황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빈곤, 세계화, 전쟁의 문제들 두 번째로 높은 응답을 받은 과제 역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했던 핵심 주제다. 그는 평생을 통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관심을 드러냈고, “사람을 죽이는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난민과 이주민의 고통을 위로했다. 분쟁과 폭력으로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있는 현실의 개선 역시 시급한 사목 과제로 지목됐다. 김선필(베드로) 서강대 신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대 세계의 위기, 특히 전쟁의 원인은 대부분 빈곤과 경제적 불평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교회는 세상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며 분명한 가르침과 실천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통합적 생태론을 제시했으며, 이는 지구와 피조물을 보존하는 일이 곧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한 실천이기도 하다는 깊은 책임의식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계속돼야 할 쇄신의 여정 ‘교회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응답자 모두가 동의했다. 사목적 과제로 제시된 모든 항목은 교회 쇄신의 목표이자 과정이고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응답자들은 쇄신의 기준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을 가장 큰 지표로 제시했다. ‘평신도의 소명과 역할 강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실현’, ‘여성의 교회 내 지위와 역할 확대’, ‘직무사제직 문제(사제 독신제, 여성 사제 등)’ 등은 각각 3~5명의 응답률을 보였다. 이 항목들은 모두 ‘하느님 백성의 교회론’에 입각해 있으며, 교회 안 모든 계층이 고유한 직무를 지니고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의 사명을 수행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 응답 항목들은 사실상 공의회 정신 실현이라는 같은 방향의 사목 과제를 지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지역교회의 자율성 확대’, ‘주교단의 단체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 ‘신앙과 문화의 토착화’, ‘종교 간 대화와 그리스도교 일치’ 등에 대한 응답은 거의 없었다. 또한 이전 조사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가정과 생명 윤리 문제(낙태, 피임, 동성애 등)’와 ‘대화와 증거를 통한 선교’는 이번 조사에서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났다. 통합의 리더십 특히 눈에 띄는 항목은 ‘교회 내 보수와 진보의 통합과 일치’가 6명(4.3%)의 응답을 얻은 점이다. 비율은 높지 않지만,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이 보수층의 저항을 불러온 체험을 반영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재위 기간 중 드러났듯, 보수층의 우려와 저항도 깊이 고려해야 한다. 새 교황에게는 교회 내 통합과 일치를 이끄는 지혜로운 통치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의 교황청 밖 첫 방문지는 로마 외곽 ‘착한 의견의 성모 성지’였다. 같은 이름의 성화를 모신 성지에서 교황은 자신의 사명을 되새기는 장소로 찾았다고 밝힐 정도로 성모님께 대한 극진한 공경과 사랑을 드러냈다. 십자가도 화제다. 목에 건 가슴 십자가에는 성 아우구스티노 등 성인과 복자의 유해가 봉인돼 있다. 십자가에 모신 아우구스티노 성인을 따를 것임도 여러 차례 천명했다. 교황은 선출 직후 로마와 온 세계에 보내는 첫 강복에서 자신을 ‘성 아우구스티노의 아들’이라고 전했다. 선출 직후 행보로 엿본 새 교황의 ‘찐사랑’들을 살펴본다. 새로운 사명을 안고 찾아 나선 곳 교황 레오 14세는 바티칸에서 약 50km 떨어진 이탈리아 제나차노에 위치한 ‘착한 의견의 성모 성지’를 방문해 “교회가 나에게 맡긴 새로운 사명을 안고 이곳을 꼭 찾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곳에는 알바니아 슈코더(Skodër)에서 전승된 성지와 동명의 성모 성화가 있다. 15세기 오스만 제국의 알바니아 침공 당시 슈코더의 신자 두 명이 성화 앞에서 무사히 탈출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던 중 갑자기 성화가 공중에 떠올랐고, 이들을 이탈리아로 이끌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후 성화는 제나차노에 도착한 뒤 사라졌고 이와 관련한 기적이 이어졌다. 제나차노에는 ‘착한 의견의 성모’를 모신 성당이 있었으나 오랜 시간 방치돼 폐허가 됐다. 1467년 이곳의 한 과부는 성당의 황폐한 모습에 보수하려 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돕지 않았고, 그녀 혼자서는 완공할 수 없었다. 같은 해 성 마르코 축일을 맞아 마을 사람들이 축제를 벌이던 중 하늘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고, 갑작스레 하늘에서 구름이 내려와 성당의 미완성돼 있던 벽 중 하나를 덮었다. 구름이 사라지자 아무 것도 없던 벽면 위에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그려진 성화가 나타났다. 이날의 기적으로 순례자들이 각지에서 몰려 들었다. 성화의 인도로 이곳을 찾은 알바니아인들은 한 목소리로 슈코더의 그 성화라고 증언했다. 당시 교황이었던 바오로 2세는 주교들을 파견해 조사 후 기적으로 공인했다. 1903년 레오 13세 교황은 이곳 성지를 소바실리카(minor basilica)로 승격시켰다. 성당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이곳에 가해진 폭격에도 손상되지 않았다. 선택 앞에서 지혜를 구하는 상징인 착한 의견의 성모 성화는 5월 18일 열린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 제대 곁에 놓였다. 선출 직후 목에 건 십자가 5월 8일 선출 직후 레오 14세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목에 건 가슴 십자가도 화제다. 십자가에는 성 아우구스티노를 비롯한 성인과 복자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이탈리아 팔레르모에 있는 작은 공방에서 제작된 이 십자가는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시복시성 청원 담당 조세프 스키베라스(Josef Sciberras) 신부가 레오 14세 교황이 추기경에 서임됐던 2023년 9월 선물한 것이다. 십자가 본체가 두 겹으로 제작돼 결합된 나사를 풀면 내부에 보관된 성인의 유해가 보이는 구조다. 십자가에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어머니 성 모니카, 성 토마스 빌라노바, 복자 안셀모 폴랑코, 가경자 주세페 바르톨로메오 메노키오의 유해가 함께 담겼다. 시베라스 신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성인들은 각각 충실함과 개혁, 봉사, 순교의 덕목을 상징하며, 이 덕목들이 레오 14세 교황의 사명을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성 모니카는 아들의 회심을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은 강인한 신앙인의 표상이다. 성 토마스 빌라노바는 15~16세기 발렌시아 대주교로, 수도 개혁과 가난한 이들에 헌신한 목자로 평가받는다. 복자 안셀모 폴랑코는 스페인 내전 중 순교한 주교로 “내 양 떼 중 단 한 명이라도 남았다면 나는 남겠다”며 목자의 모범을 보였다. 가경자 메노키오는 나폴레옹에 저항한 유일한 주교로 로마 시민과 교회를 위해 헌신했다. 스키베라스 신부는 “콘클라베 전날, 우리가 선물한 십자가를 착용하면 성 아우구스티노와 성 모니카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교황에게 보냈다”며 “발코니에 선 교황이 그 십자가를 착용한 모습을 보고 깊이 감동 받았다”고 전했다. 아우구스티노의 영성을 ‘사명’으로 교황은 선출 직후 첫 강복에서 “‘여러분과 함께라면 나는 그리스도인이며 여러분을 위한 주교입니다’라고 말했던 성 아우구스티노의 아들이자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일원"이라고 소개한 만큼 성 아우구스티노를 향한 존경과 애정을 여러 차례 표현하고 있다. 1244년 설립된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영성과 가르침을 뿌리로 삼고 있다. ‘서양의 스승’으로 불리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교회의 위대한 교부이자 신학자, 영성가다. 354년 북아프리카 타가스테에서 태어난 성인은 젊은 시절 철학과 수사학에 깊이 빠졌고 진리를 찾으려 마니교를 따르기도 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교사로 활동하던 중 성인은 당시 주교였던 암브로시오 성인의 설교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 이전까지 세속적 성공에 얽매였던 성인은 “집어서 읽어라”라는 신비로운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에 따라 펼친 구절은 “대낮에 행동하듯이, 품위 있게 살아갑시다.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로마 13,13)였다. 성인은 말씀에 깊이 깨달음을 얻고 세례를 받았다. 성인은 세속적 삶을 정리하고 아프리카 수도원에 들어가지만 뜻하지 않게 사제가 됐고, 5년 만에 히포의 주교로 임명된다. 주교가 된 후에도 꾸준히 글을 쓰며 「고백록」을 포함한 수많은 저술을 남겼고, 공동체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힘썼다. 주교가 된 후에도 주교관 내에 성직자 수도원을 세워 공동생활을 이어갔을 정도로 성인은 서방교회의 4대 교부 중에서 가장 위대한 교부이자, 뛰어난 영성가로 칭송 받는다.

레오 14세 교황이 5월 18일 오전 10시(로마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즉위 미사를 봉헌하며 제267대 교황직에 공식 취임했다. 교황은 즉위 미사에서 정의와 평화를 추구했던 레오 13세 교황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상처받은 세계에서 화합하는 교회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즉위 미사에는 다양한 그리스도교 종단 대표자들이 참석해 교회일치를 위한 자리가 됐으며, 전 세계 100여 개국 정부 대표단도 한자리에 모여 세계 평화와 화해를 모색하는 연대의 장을 마련했다. 즉위 미사가 열린 성 베드로 광장 안과 주변에는 약 20만 명의 군중이 운집해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를 기도 속에 축하했다. 한국교회에서는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과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오현주(그라시아) 주교황청 대한민국 대사 등이 경축사절단으로 자리했다. 교황은 즉위 미사 봉헌에 앞서 오전 9시경 포프모빌을 타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습을 드러낸 뒤 광장 바깥까지 나가 가까이에서 군중들을 대면했다. 친근한 교황의 모습에 군중들은 환호했다. 즉위 미사 시작 직전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 안에 있는 초대 교황 베드로 사도의 무덤을 찾아 기도와 분향을 한 뒤 교황 목장을 손에 들고 제단으로 향했다. 교황직을 상징하는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 복음서를 든 부제들이 교황의 앞에서 행렬했다. 교황 즉위 미사의 가장 중심이 되는 의식인 팔리움 수여는 주 시리아 교황대사 마리오 제나리 추기경이 맡았으며, 교황은 전임 교황들과는 달리 선 채로 팔리움을 받았다. 팔리움은 십자가가 수놓인 양털 띠로 양 떼를 돌보는 목자의 사명을 상징한다. 어부의 반지는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직무대행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교황의 오른쪽 약지에 끼워 줬다. 교황은 역시 선 채로 어부의 반지를 끼며 엷은 미소를 짓다가 감동한 듯 하늘을 올려다봤다. 교황은 어부의 반지를 낌으로써 사람 낚는 어부였던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후계자라는 지위를 분명히 했다. 복음서를 전달받은 교황은 베드로 직무를 개시하는 미사 강론에서 ”아무런 재능도 없는 제가 교황으로 선택되어 두렵고 떨린다“면서 ”한 사람의 형제로서 여러분의 신앙과 기쁨을 위한 종으로 다가가 우리가 하나로 일치되길 바라는 주님 사랑의 길을 함께 걷겠다“고 말했다. 교황은 아울러 레오 13세 교황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언급하며 “하느님의 사랑이 세상에서 더 가치 있는 것이 된다면 모든 분쟁은 사라지고 평화가 돌아오지 않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아울러 “성령의 빛과 힘에 의지해 하느님 사랑에 근거한 하나 되는 교회, 일치의 표징이 되는 교회, 인류의 화합에 촉매가 되는, 선교하는 교회를 세우자”고 당부했다. 교황은 미사 후 각국 대표단과 인사를 나누면서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즉위 미사에 참례한 뒤 교황을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레오 14세 교황님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과 평화의 상징”이라며 “교황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즉위 미사 말미에 “가자지구와 미얀마 그리고 우크라이나 등 분쟁지역에 영구적인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도하자”고도 당부했다.

주요뉴스

[새 교황 레오 14세] 교황 즉위 미사 이모저모

레오 14세 교황이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즉위 미사를 봉헌한 5월 18일 오전 10시(로마 현지시간) 로마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다. 전 세계에서 새 교황의 즉위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각국 정상 등 20여만 명은 미사 시작 전부터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웠다. 새 교황을 바라보는 군중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환희가 가득했다. 교황은 미사 시작 전 덮개가 없는 포프모빌을 타고 성 베드로 광장은 물론 광장 밖에 자리한 인파에 다가가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고, 아기를 안아 축복하며 친근한 목자의 모습을 보여 줬다. 즉위 미사는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 내 베드로 사도 무덤을 찾아 기도를 바치면서 시작됐다. 추기경단이 성 베드로 사도 무덤에 도착하는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은 즉위 미사에서 주 시리아 교황대사 마리오 제나리 추기경으로부터 양 떼를 지키는 목자의 사명을 상징하는 팔리움을,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직무대행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으로부터 교황의 라틴어 이름이 새겨진 ‘어부의 반지’를 전달받았다. 이어 미사 강론을 통해 앞으로 교황직 수행에 대한 각오와 사명을 밝히면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교황은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은 우리 마음을 슬픔으로 가득 채웠고, 우리는 목자 없는 양 떼가 된 것처럼 느꼈다”며 “콘클라베를 위해 모인 추기경단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유산을 지켜 나갈 수 있는 사목자를 선출하겠다는 소망을 하느님께 맡겼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우리 모두가 하나 되기를 원하시는 하느님 사랑의 길을 여러 사람들과 만들기 원하는 형제로서 다가가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또한 증오와 폭력, 편견으로 인한 분열을 극복하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하느님의 집을 짓는 것을 교회의 첫째 사명이라고 지적하면서 “선의를 지닌 모든 사람들이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선교적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성찬의 전례와 영성체 예식에 이어 ‘로마와 온 세계에’(우르비 엣 오르비, Urbi et Orbi) 강복했다. 즉위 미사에 참례한 모든 이들은 교황이 착한 목자가 되기를 바라며 한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또한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이지 못한 전 세계 신자들도 TV 중계를 통해 교황 즉위 미사에 함께했다. 교황은 미사 후 주교단 및 세계 각국 정상들과 인사를 나눴다.

“어업 종사 이주노동자 위한 사목 확장해야”

주교회의 해양사목 담당 정신철 주교(요한 세례자·인천교구장)와 전국 각 교구 해양사목 담당 사제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 해양사목 간담회가 5월 13일 인천교구 사회사목센터 3층 교구 해양사목부 사무실에서 인천교구 해양사목부 부국장 김현우(바오로) 신부, 부산교구 해양사목 담당 손지호(베드로) 신부, 수원교구 해양사목 전담 이상협 신부(그레고리오·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첫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입항한 외국인 선원들을 위한 선박 방문이 중심인 현재의 해양사목이 국내 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사목으로 더욱 확장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침해가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9월에는 동티모르 이주노동자들이 여권과 통장을 사업주에게 빼앗기고 섬에 갇혀 강제노동을 하다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탈출한 사건도 있었다. 전담 부서 없이 이주사목위원회 산하 활동으로 해양사목을 전개하고 있는 수원교구 이상협 신부는 “교구에 해양사목위원회가 별도로 설립되면 현재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목을 더욱 집중적으로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원교구는 평택항을 중심으로 제부도를 포함한 경기 화성 일대 어촌과 여주·양평 등 내수면 어촌계에서 어업, 김 양식업에 종사하는 동티모르 국적 어선원들과 가족들을 돌보고 있다. 참석자들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는 한국교회 해양사목을 활성화하고 교구 간 해양사목 정보 교류를 위해 간담회를 앞으로 계속 마련할 예정이다. 정신철 주교는 “우리 곁에 실존함에도 미처 눈에 띄지 않는 또 다른 갇힌 이웃들인 선원들과 어촌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해양사목의 존재 의미를 교회 구성원 모두가 공감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스텔라 마리스(Stella Maris, 바다의 별)를 공식 명칭으로 한 가톨릭 해양사목은, 선원들을 위한 ▲성사적 동반 ▲선박 방문 ▲병원 동행 등 정신적 복지 ▲임금 체불과 같은 인권 문제 해결 ▲인격적 대화·상담 및 필요한 물품 지급 등의 활동을 한다. 한국에서는 부산교구가 1978년 최초로 시작했다.

종합

[새 성당 봉헌 축하합니다] 서울대교구 가락2동본당

서울대교구 가락2동본당(주임 조승환 요한 사도)은 6월 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송파구 중대로20길 20 현지에서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새 성당 봉헌식을 연다. 새 성당은 대지 510.90㎡, 건축면적 275.23㎡, 연면적 1,748.43㎡ 규모로 지하 2층, 지상 5층으로 건립됐다. 3, 4층 성당은 160석 규모이며, 주님 부활 대축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에는 지하 2층 강당에서도 영상과 음향 전송으로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AV 시스템이 구축됐다. 가락동본당에서 분가해 2009년 2월 22일 신설된 본당은 성당이 지하에 자리한 열악한 환경으로 장마로 인한 침수와 겨울철 동파 사고가 반복됐고, 건물 노후화로 사고 위험까지 제기됐다. 2021년 5월 당시 주임이던 고(故) 송재영(야고보) 신부는 신자들의 뜻을 모아 새 성당 신축 계획을 수립했다. 새 성당은 2023년 9월 공사에 들어가 올해 4월 완공됐다. 본당 공동체는 2년에 걸쳐 교구 내 31개 본당에서 모금 활동을 하며 건축기금을 마련했다. 전체 세대의 약 30%인 105세대는 ‘1평 이상 봉헌하기 운동’에 참여했다. 시공사 우륭건설은 첫 성당 건축임에도 추가비 요청 없이 성당을 완공했다. 2023년 2월 부임한 주임 조승환(요한 사도) 신부는 “하느님의 크신 은총과 은인들의 도움 그리고 가락2동 교우들의 기도와 정성으로 작지만 아름다운 성전을 봉헌하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희망의 순례자’ 본당 공동체, 이웃에게 희망을] (2) 서울대교구 신사동본당 장수 사진 촬영·미니 콘서트

5월 6일 서울대교구 신사동성당(주임 오인섭 토마스 신부)에서 지역사회 단체들과 본당 카리타스회(회장 이용미 이베타)를 비롯한 신자들이 의기투합한 축제 분위기의 노인 복지 활동이 마련됐다. 성당 2층에서는 홀몸노인, 저소득층, 장애인 등 지역 어르신 80명을 위한 장수 사진 촬영이 한창이었다. 201호실은 공익사진관인 바라봄사진관(대표 나종민 알베르토)의 촬영 스튜디오, 만남의 방은 SKb미용학원(원장 김성창)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메이크업·헤어 세팅 부스가 자리를 잡았다. 봉사자들은 보정과 인화, 액자 작업까지 마친 장수 사진을 촬영 20분 만에 어르신에게 전했다. 1층 강당에서는 사진 촬영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위한 미니 콘서트가 열렸다. ‘더불어 색소폰 봉사단’(고문 정석영)과 ‘고양전통예술단’(단장 최원영)은 트로트, 국악, 악기 연주 등의 공연을 선사했다. 콘서트 현장 유튜브 방송, 현장 스냅 사진 촬영 등 행사에 활기를 불어넣는 봉사들도 신자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사업의 취지와 기대 효과에 공감한 신자들의 도움도 이어졌다. 신사1동 자원봉사단은 행사 현수막을 제작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다과를 지원했다. 한 도매업체에서는 기념품으로 어르신 한 명 한 명에게 스카프를 선물했다. 사진 촬영을 위한 전신 거울도 무료 나눔을 통해 마련됐다. “지역사회 공동체와 개인들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관계가 형성됐다는 게 의미 깊습니다.” 물질적인 지원보다 지역 이웃과의 동반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본당 사회복지의 핵심 취지를 한 눈에 보여준 이번 행사는 참여 주체들이 일회적 관계를 넘어 지속적으로 협력할 마을공동체의 터를 닦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베드로 신부)의 올해 본당사회복지 공모지원사업 예산 지원을 통한 체계적 기획과 넓어진 외부 자원 연계로 가능했다. 이 회장은 “외부 단체, 재능기부 봉사자들과 협력하는 방식이 다양해졌고 주민들에게는 본당 활동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앞으로의 봉사 활동 기반이 단단해졌다”며 “함께 연대한다면 ‘1+1=2’가 아니라 ‘3’ 이상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덧붙였다.

“공동의 집 지구, 우리 힘으로 지킬래요”

서울대교구 도림동본당(주임 박정우 후고 신부)은 본당 생태환경분과 주최로 5월 10일 성당 3층 바오로실에서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한 우리의 발걸음’ 신앙 문화 강좌를 열었다. 유소년부터 성인까지 30여 명의 신자들은 EM환경교육센터 이부영(카타리나·수원교구 군포본당) 센터장의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연계 강의를 듣고, 공장에서 폐기된 자투리 가죽을 키링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활동을 했다. “우리의 협력을 기대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저지른 악행에서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실 수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80항) 2024년 한 해에만 북극 성층권 온난화로 인해 극소용돌이 공기 순환 방향이 시계방향으로 역전돼 중위도 지역에 한랭 기단이 머무르고, 사막 기후인 두바이 전역에 100㎜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상 이변이 있었다. 신자들은 현재진행형인 기후 위기를 보여주는 실제 사례들을 듣고, ▲비거니즘 실천해 보기 ▲친환경 인증 마크 제품 소비하기 ▲번거롭더라도 다회용기 사용 생활화하기 등 실생활에서의 실천 방법을 나눴다. 이 센터장은 “일주일에 한 끼만 완전 채식을 실천해도 나무 15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가죽 키링은 생태계 파괴로 멸종 위기인 고래와 수달 모양으로 만들었다. 기후 위기 피해자임에도 묵묵히 공동의 집 지구에 공헌하는 두 동물을 위해 기도하는 의미도 담겼다. 고래는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탄소 저장 체계를 몸에 가지고 있다. 한 마리가 일생 33t의 이산화탄소를 몸에 저장하는데, 사체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 방출하지 않고 수백 년 이상 해저에 가둔다. 수달은 하천에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곳 생태계가 회복됐음을 알리는 전령과 같다. 먹이인 작은 물고기와 새우, 올챙이들이 돌아왔다는 표지이기 때문이다. 수달이 계속 먹이 활동을 하면 하천의 생물 다양성도 조절된다. 이하윤(시몬·6학년) 군은 “지구가 아프면 나도 마음이 아파 평소 목욕한 물을 받아뒀다가 재활용하고 있다"며 "고래와 수달의 역할을 알게된 만큼 이제부터는 전자제품 플러그를 늘 뽑아두는 등의 노력도 더하겠다”고 말했다. 본당은 2017년부터 신자들의 신앙이 세계관과 문화, 일상과 연결돼 복음이 영성에 국한되지 않고 구체적인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매년 3~4회 본당 분과가 주최하는 다양한 주제의 신앙 문화 강좌를 열고 있다. 7월에는 노년분과가 교구 사목국 노인사목팀 담당 박민우(알베르토) 신부를 강사로 ‘초고령 사회, 슬기로운 성당 생활’ 강좌를, 9월에는 카리타스분과가 작은형제회 오상선(바오로) 신부를 강사로 ‘평화와 찬미의 사도 프란치스코’ 강좌를 열 예정이다. 주임 박정우 신부는 “인문학, 취미와 자기 계발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