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미공개작 7점, 세계 최초 공개…‘마르크 샤갈 특별전 : BEYOND TIME’

“색채는 모든 것이다. 색채는 음악처럼 울려 퍼진다. 세상의 모든 것은 그렇게 울린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마르크 샤갈의 작품들이 7년 만에 한국을 신비로운 색채로 물들인다. 5월 23일부터 9월 2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마르크 샤갈 특별전 : BEYOND TIME’은 샤갈 서거 40주기를 맞아 마련됐다. 회화, 드로잉, 유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총 170여 점이 전시되며, 평화를 향한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포함해 그의 작업실에서 발견된 미공개 원화 7점이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전시는 그의 작품 연대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기억, 파리, 영성, 색채, 지중해, 꽃 등의 8개 테마로 구성돼, 시공간을 허무는 샤갈 특유의 시적 흐름과 감성, 상상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영성’ 테마에서는 샤갈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신화와 종교적 상징을 엿볼 수 있다. 샤갈은 1958년 프랑스 랭스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마친 이후, 이스라엘 예루살렘 하다사 의료센터 내 회당을 위한 12개의 스테인드글라스 의뢰를 받았다. 그는 작품 속에 동물과 식물, 천체, 인간이 어우러진 형상을 담아냈으며, 주변의 빛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색감을 불어넣음으로써 빛과 그림자, 하늘과 땅이 교차하는 ‘창조의 순간’을 만들어 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몰입형 미디어 아트를 통해 <하다사 의료센터 스테인드글라스>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 관객들을 고요의 세계로 안내한다. 또한 <성서: 골리앗을 이긴 다윗> 속 다윗은 힘과 용기를 나타내는 붉은색 옷을 입고 있다. 그 모습을 통해 민족의 영웅으로 거듭난 다윗을 볼 수 있다. <출애굽의 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본인이 경험한 망명의 아픔을 담은 작품이다. 슬픔과 두려움을 안고 어디론가 흘러가는 상황에서도, 조용히 피어오르는 희망을 표현했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서는 서커스 단원들을 통해 비극적인 마음을 그린 <덤불 옆의 광대>, 모차르트의 오페라 무대 미술을 맡은 경험을 녹여 낸 <마술피리의 기억>, 그의 시적 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보라색 수탉> 등 샤갈의 대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를 주관한 아튠즈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샤갈의 작품을 단순히 전시하는 것을 넘어, 공간을 채우는 샤갈의 색채와 빛이 관객에게 감각적인 경험으로 확장되는 감동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14면

[이준형의 클래식순례] 카리시미의 오라토리오 <입타>

5월 26일은 성 필립보 네리 사제(1515~1595)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필립보 네리 성인은 로마에서 활동하며 신자들의 영성을 지도했고, 재속 사제들의 공동체인 오라토리오회를 설립했습니다. 더불어 성인은 음악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음악 장르인 ‘오라토리오’라는 이름이 바로 오라토리오회에서 연유했기 때문입니다. 오라토리오회에서는 신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묵상과 설교를 행했는데, 성인은 성경과 성인전, 일상생활을 소재로 친근하고 재미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설교를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많은 로마 사람들이 산 지롤라모 델라 카리타 성당, 산타 마리아 인 발리첼라 성당에 몰려들었습니다. 이때 설교와 묵상 사이에 찬가(Lauda)를 불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주일이나 중요한 축일의 저녁기도에서 전문 음악가들의 음악 작품을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세상을 떠날 무렵에는 1부에서 설교를 듣고 2부에서는 음악을 듣는 형태가 되었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음악 작품을 1부와 2부로 나누고 중간에 사제의 강론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오라토리오회를 중심으로 음악 형식이 발전하면서 그 이름은 오라토리오가 되었고, 결국은 독립적인 음악 장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17세기 오라토리오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가는 자코모 카리시미(Giacomo Carissimi, 1605~1674)였습니다. 그는 평생 로마에서만 활동하면서 방대한 작품을 썼는데, 그중 열다섯 곡의 ‘히스토리아’는 오라토리오 형식의 완성을 알린 걸작으로서 음악사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 작품들은 사순 시기에 로마의 오라토리오 델 산티시모 크로치피소 성당에서 연주하려고 만들어졌습니다. 카리시미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마르크-앙투안 샤르팡티에, 요한 카스파르 케를 등 외국인 제자들이 모여들었는데, 이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오라토리오를 쓰면서 오라토리오 형식이 전 유럽으로 전파되었습니다. 카리시미 오라토리오 중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서 당대부터 유명했던 <입타(Jephte)>는 1648년 무렵 만들어진 작품으로, 구약성경 판관기 11장에 나오는 입타의 일화를 음악으로 꾸몄습니다. 입타는 전쟁에서 암몬 사람들을 물리치게 해주시면 돌아가서 자신을 맞으러 처음 나오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겠다고 서원했는데, 그의 딸이 맞으러 나오지요. 카리시미는 같은 시기에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한 초기 오페라의 여러 기법과 형식을 받아들여 강렬한 극적 표현을 시도했는데, 팽팽한 긴장감과 신랄한 반음계, 깊은 감정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주님 앞에서 한 맹세 때문에 딸을 제물로 바치게 된 입타의 한탄, 이를 받아들이는 딸이 노래하는 라멘트(멀리서 들리는 ‘메아리’ 효과가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합창에는 여전히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습니다.

발행일 2025-05-18 제3442호 17면

<임쓰신 가시관> 부른 ‘낙산중창단’, 40년 만에 의기투합

1980년대 생활성가 열풍을 일으켰던 ‘낙산중창단’(단장 박정우 후고 신부)이 40여 년 만에 다시 뭉친다. 낙산중창단은 5월 30일 서울대교구 도림동성당에서 ‘낙산중창단 <임쓰신 가시관> 발표 40주년 기념 공연’을 개최한다. <임쓰신 가시관>은 낙산중창단이 녹음했던 비공식 앨범명이자 타이틀 곡명이다. 도림동본당 주임인 박 신부는 “1983년부터 1985년도 사이 입학해 사제의 꿈을 꾸던 젊은이들이 중년이 된 지금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뜻깊은 공연을 마련한다”며 “40주년을 기념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80년대 청춘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중창단이라는 의미에서 젊은이들의 축제인 서울 세계청년대회 개최도 축하하고 홍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연은 신자 뿐 아니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30일 무대에 서는 낙산중창단 멤버는 박 신부를 비롯해 서울대교구 성음악위원회 위원 최호영(요한 사도) 신부, 생활성가 가수 신상옥(안드레아), 지 토마스, 이상필(요한 사도), 안종수(요셉) 씨다. ‘신상옥과 형제들’ 멤버와 수원교구 갓등중창단 OB도 찬조 출연한다. 낙산중창단은 성직자와 평신도로서 각자 삶의 자리를 채우고 있던 멤버들 중 공연할 수 있는 6명을 꾸려 도림동성당 사제관을 연습실로 삼아 지난해 7월부터 공연을 준비했다. 연습 자체도 40년 만이었다. 그렇게 10개월 넘게 호흡을 맞췄다. 기억 속의 화음을 다듬고 악보를 편집하는 과정을 거친 낙산중창단은 공연을 한 달여 앞두고 이제 막판 담금질에 들어갈 예정이다. 낙산중창단은 1985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 재학하던 신학생들이 창단했다. 1986년 11월 직접 작사·작곡한 곡과 더불어 기존의 젠(zen) 성가, 민중가요 등을 편곡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했다. 생활성가로 널리 알려진 <임쓰신 가시관>도 신상옥 씨가 작곡했다. 곡들은 SNS가 없던 시절임에도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 청년 신자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낙산중창단은 가톨릭대 신학대학 축제 ‘감골제’ 등에서 공연했지만 이후 군에 입대하거나 수원교구와 인천교구 신학생들이 수원가톨릭대학교로 이동하면서 1년이 조금 넘는 활동을 아쉬움 속에 마무리했다. 당시 수원가톨릭대학교로 옮기게 된 신상옥 씨는 ‘갓등중창단’을 창단했다. 신 씨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물결은 신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신학생들도 자유로움 속 각자의 개성과 자아를 펼칠 수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낙산중창단’”이라며 “음악을 좋아하던 신학생들이 취미로 한 곡 한 곡 연주하며 소통하고 공연하던 것이 어느새 중창단 창단으로 이어졌고, 그 때의 열정을 신학교 신부님들도 좋게 봐주시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5-05-18 제3442호 17면

구하우스 미술관, ‘기후 위기의 경계 1.5℃’전

“우리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행동하는 것이다.”(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경기도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관장 구정순 아우구스티나)이 특별한 전시를 마련했다. 10인의 작가가 ‘기후 위기의 경계 1.5℃’전을 통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예술로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지구 생태계의 현주소를 알리고, 더 나아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기후위기를 표현했다. 김선우 작가는 멸종된 도도새를, 변대용 작가는 서식지를 잃어 가는 북극곰을, 김시하 작가는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의 흔적 등을 담아냈다. 회화, 영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된 멸종된 생명체와 생존 위기에 처한 동물, 해양 쓰레기로부터 태어난 괴생명체 등의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으로 인해 생겨 난 자연의 변화를 직시하도록 한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은 연계 프로그램으로 특별 강연이 열린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현대 미술과 환경 문제의 접점을 소개하고,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후 위기의 과학적 실체와 대응 방안을 강의한다. 이어 권춘희 조경 전문가는 자연과 인간, 공간의 관계를 조경학 관점에서 풀어낸다. 김지운 학예연구원은 “기후 위기는 현재 우리의 삶에 깊이 침투해 있다”며 “이번 전시는 예술의 언어로 쓰인 하나의 보고서이자,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9월 7일까지.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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