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언할 수 없으신 하느님 역주」…비오 9세 교황 칙서 옛 한글 번역본 해제

비오 9세 교황이 1854년 선포한 라틴어 칙서 「형언할 수 없으신 하느님」(Ineffabilis Deus)의 1860년대 한글 번역본을 해제한 후 라틴어와 옛 한글로 다시 편집하고 현대어로 번역한 책 「형언할 수 없으신 하느님 역주」가 나왔다. 번역과 주해는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프란치스코) 신부, 곽문석 안양대학교 HK교수, 서원모 장로회신학대학교 고대교회사 교수가 맡았다. 「형언할 수 없으신 하느님」 한글 번역본의 존재는 조선대목구 제4대 교구장 성 베르뇌 주교(1814~1866) 서한에 조선에서 국경 너머로 보냈다고 언급돼 있지만 실제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다가 곽문석 교수가 교황청 도서관 디지털 문서고(분류번호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 Sire.L.13)에서 발견했다. 그 후 한국교회사연구소가 2021년 10월 1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2층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형언할 수 없으신 하느님」 한글 번역본이 처음 공개됐다. 한국교회사연구소와 안양대학교 HK+ 사업단이 공동연구 과정을 거쳐 이번에 「형언할 수 없으신 하느님 역주」가 나오게 됐다. 조한건 신부는 “라틴어 본문과 대조해 옛 한글 번역의 단어와 어구, 표현 등을 분석하고, 그 특징을 규명했다”며 “옛 한글 전체 문헌에 대한 역주 작업을 한 것은 물론, 전체 어휘를 라틴어 단어와 대조해 하나의 어휘 사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1970년대에 한국천주교회는 개신교와 협업해 공동번역성서를 갖게 된 것처럼 지금보다 오히려 천주교와 개신교의 연구와 협업이 잘 이뤄졌다”면서 “「형언할 수 없으신 하느님 역주」 발간과 연구 작업이 서로의 학문을 공유하고 참된 진리와 복음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도, 사랑의 여정」…하느님과의 깊은 만남으로 초대하는 ‘기도’ 안내서

신앙인들에게 ‘기도’는 늘 열쇠 말 같은 궁금증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기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기도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도하면 우리가 어떻게 바뀔지’ 등의 물음이 쌓인다. 「기도, 사랑의 여정」은 이냐시오 영성의 세계적인 대가 고(故) 루이스 후라도 신부의 유작으로, 기도의 핵심을 정리한 책이다. 이탈리아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다년간의 강의와 연구 경험 그리고 개인 논문 지도 및 세미나, 기도 학교에서 영성 지도를 한 결과들이 녹아 있다. 특별히 이냐시오 성인의 ‘영신 수련’의 큰 틀 안에서 십자가의 요한 성인과 예수의 데레사 성녀의 가르침을 더하여, 염경 기도가 아니라 ‘깊은 기도의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안내자 역할을 해준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1부에서 ‘기도의 의미’를, 2부에서 ‘기도의 방법’을 알려준다. 이어서 3부에서는 ‘기도의 적용’을, 4부에서는 ‘기도의 열매’를 다룬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교 기도의 본질과 의미, 기도의 단계, 영혼의 능력을 활용하는 법, 이냐시오 묵상과 관상, 렉시오 디비나 등 기도의 전반적인 것들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반복과 요약이 필요한 이유’, ‘단어를 깊이 곱씹으며 하는 기도’, ‘호흡의 리듬을 따라가는 기도’ 등 구체적인 기도의 방법들이 눈에 띄고, ‘기도를 도와주는 습관’, ‘일상에서 바치는 기도’, ‘기도가 어려운 날에’ 등 주제들도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 특히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마련된 ‘마음에 새기기’라는 공간은 핵심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독자들이 내용을 깊이 있게 되새기도록 한다. 저자는 ‘기도를 도와주는 습관’에서, ‘묵상이나 관상에 들어가기 전에는 앉거나 걷는 등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쉬며 내가 어디로 가며, 왜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고 권장한다. 기도할 때가 되면, ‘기도할 장소에 이르러 기도할 자세를 취하기 전에 마음을 하느님께로 들어 올리고 그분께서 어떻게 보시는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기도가 어려운 날도 있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기도의 더 높은 상태에서도 수동적인 정화에 놓여있고, 메마름을 체험하며, 일상의 자연스러운 수련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도움이 부족할 수 있다”며 “이런 때에도 기도하는 사람은 위로도 즐거움도 없이, 인내심과 오랜 시간을 가지고 끈기 있게 기도의 실천을 고수해야 한다”고 들려준다. 책을 번역한 서울대교구 이경상(바오로) 주교는 “정화와 깨우침, 하느님과 일치의 여정으로 이끄는 내용"이라고 책을 소개하고, “책과 함께 기도 속에서 하느님을 깊이 만나며, 그 만남을 통해 우리 삶이 사랑으로 변화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저자가 나눈 그리스도교 정신 기도를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젊은이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덧붙인 이 주교는 “기도야말로 하느님께서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는지를 느끼며, 기대와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게 하는 참 진리의 길이라고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15면

「일상을 새롭게 바꾸려면」…“몇 주간 매일 한 가지만 연습하세요”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들 속에서, 우리는 늘 피곤하고 지겹고 그래서 이를 탈피할 방법을 생각한다. 피정을 가거나, 영성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스트레스가 다시 덮치면서 곧바로 예전의 판에 박힌 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자유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저자 안셀름 그륀 신부는 계획, 결심보다 ‘연습’을 강조한다. “몇 주간 한 가지만 연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그것이 우리를 변화시킨다”고 조언한다. 그륀 신부가 1970년대 초 심리 치료사 그라프 뒤르크하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컨디션이 좋지 않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스웨덴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제대로 서 있지 않았고, 모든 것이 흐릿했다. 뒤르크하임은 그에게 한 가지 과제를 줬다. 날마다 잠시 똑바로 서서 자신이 나무처럼 서 있는 모습을, 땅속 깊이 뿌리를 박고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 이를 하루도 빠짐없이 행동으로 옮긴 그는 1년 뒤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 됐다. 저자는 이 예를 통해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방법들을 몸에 익도록 반복해서 실천해야 우리 안에서 무언가가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아침을 기쁘게 맞이하라', '직면한 일을 즉시 처리하라', '어려운 일을 피하지 마라' 등 40개 주제의 해결책을 제안하며 일상에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몸과 마음이 지친 이에게는 회복이 필요한 시점부터 살피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시도해 보라고 권하고, 집중해서 일하고 싶은 이에게는 질서를 세우거나 행동력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을 전하는 식이다. 성경과 신학,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에는 공감과 따뜻함, 신뢰, 격려가 묻어난다. 주제마다 마지막에 담긴 실천 사항은 저자의 충고를 더욱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륀 신부는 ‘날마다 실행하고 싶은 의식(儀式)을 택하라’고 말한다. 이 의식은 신앙을 구체적으로 일상생활에 가져올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특히 신앙과 삶이 분리돼 있다고, 믿음이 일상에서 실제로 표현되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에게 권유한다. 날마다 행하는 의식이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내가 하느님 앞에 서 있음을 상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삶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모두 바꿀 수는 없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실행하면 짓누르는 스트레스나 무력함 또 눈앞에 닥친 문제에 답을 얻게 된다”고 밝힌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15면

샤갈 미공개작 7점, 세계 최초 공개…‘마르크 샤갈 특별전 : BEYOND TIME’

“색채는 모든 것이다. 색채는 음악처럼 울려 퍼진다. 세상의 모든 것은 그렇게 울린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마르크 샤갈의 작품들이 7년 만에 한국을 신비로운 색채로 물들인다. 5월 23일부터 9월 2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마르크 샤갈 특별전 : BEYOND TIME’은 샤갈 서거 40주기를 맞아 마련됐다. 회화, 드로잉, 유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총 170여 점이 전시되며, 평화를 향한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포함해 그의 작업실에서 발견된 미공개 원화 7점이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전시는 그의 작품 연대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기억, 파리, 영성, 색채, 지중해, 꽃 등의 8개 테마로 구성돼, 시공간을 허무는 샤갈 특유의 시적 흐름과 감성, 상상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영성’ 테마에서는 샤갈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신화와 종교적 상징을 엿볼 수 있다. 샤갈은 1958년 프랑스 랭스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마친 이후, 이스라엘 예루살렘 하다사 의료센터 내 회당을 위한 12개의 스테인드글라스 의뢰를 받았다. 그는 작품 속에 동물과 식물, 천체, 인간이 어우러진 형상을 담아냈으며, 주변의 빛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색감을 불어넣음으로써 빛과 그림자, 하늘과 땅이 교차하는 ‘창조의 순간’을 만들어 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몰입형 미디어 아트를 통해 <하다사 의료센터 스테인드글라스>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 관객들을 고요의 세계로 안내한다. 또한 <성서: 골리앗을 이긴 다윗> 속 다윗은 힘과 용기를 나타내는 붉은색 옷을 입고 있다. 그 모습을 통해 민족의 영웅으로 거듭난 다윗을 볼 수 있다. <출애굽의 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본인이 경험한 망명의 아픔을 담은 작품이다. 슬픔과 두려움을 안고 어디론가 흘러가는 상황에서도, 조용히 피어오르는 희망을 표현했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서는 서커스 단원들을 통해 비극적인 마음을 그린 <덤불 옆의 광대>, 모차르트의 오페라 무대 미술을 맡은 경험을 녹여 낸 <마술피리의 기억>, 그의 시적 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보라색 수탉> 등 샤갈의 대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를 주관한 아튠즈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샤갈의 작품을 단순히 전시하는 것을 넘어, 공간을 채우는 샤갈의 색채와 빛이 관객에게 감각적인 경험으로 확장되는 감동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14면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