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르포] 인천교구 청소년 성령쇄신기도회 ‘루멘’ 매월 첫 주일 찬양 기도회 열어…기도 방법 알려주며 신앙생활 동반 ‘성령’ 친근한 존재로 받아들이도록 이끌어
“주님께서 나의 의지가 되어 주셨네.”(시편 18,19)
인천교구 청소년 성령쇄신기도회 ‘루멘’(회장 정성수 요한 세례자, 지도 김석훈 안드레아 신부)은 매달 첫째 주 주일 오후 1시30분 교구 답동주교좌성당 문화관 3층 성령홀에서 청소년 찬양 기도회를 열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혼란도 겪는 사춘기, 루멘 청소년들은 성령을 삶의 ‘빛’(루멘, 라틴어 Lumen)이자 친구처럼 가까이하며 은총을 체험하고 있다.
잡히지 않아도 가깝게 느껴지는 분
5월 4일 인천교구 답동주교좌성당 문화관 3층 성령홀에서 열린 성령 기도회. 어린이날 연휴임에도 나들이 대신 기도회를 택한 청소년들은 성령칠은을 하나씩 적은 판에 플라스틱 컵을 던져 세우는 미니게임에 한창이었다.
“이번 판은 성령님이 오빠 손을 들어주셨네~. 그래도 다음 판은 내 편이 돼 주실걸!”
도타운 우정이 묻어나는 대화에는 의식하지 않아도 성령이 가운데 모셔져 있었다. 루멘 청소년들은 매달 기도회에서 성령을 친숙한 존재로 접하고 있다.
루멘은 2018년 초 교구 청년성령쇄신봉사회가 마련한 ‘청소년 성령 안의 새 생활’ 피정에 참석한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유소년 때와 달리 또래 문화에 민감해지면서 신앙을 지켜 나가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건강한 신앙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동반해 줄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루멘 봉사자들은 청소년들이 무엇보다 성령을 친근한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매달 기도회에서는 말씀 묵상(렉시오 디비나)을 통한 관상기도, 십자가의 길, 성시간, 떼제기도 등 여러 기도 방법을 알려주고 함께한다. 올해는 청소년들이 시련을 마주했을 때 하느님으로부터 돌아서지 않고 오히려 더욱 찬양할 수 있도록 침묵 기도 시간을 준비했다. 고요함을 통해 말씀을 걸어오시는 하느님을 깊이 만나고, 성령께서 언제나 함께하심을 깊이 느끼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성수 회장은 “성령 기도에서 은사 체험을 한 청소년들의 마음에는 변화의 씨앗이 심어지는데, 그 씨앗을 싹틔우려면 지속적 관심과 영적 영양 공급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헤매던 처음과 달리 또래끼리 서로 기도해 주고, 찬양과 율동을 함께하며 삶과 신앙을 깊이 있게 나누는 모습에서 성령께서 선사하는 변화를 우리 성령쇄신 봉사자들도 느낀다”고 덧붙였다.
“슬기, 통달, 의견, 지식, 용기, 효경, 경외심…. 내게는 성령님의 어떤 은총이 필요할까.”
미니게임에 이어 청소년들은 각자 쪽지에 성령칠은 중 특별히 간청하는 하나를 적어 멀리 날렸다. ‘용기’를 적은 김재흥(마티아·고3·원당동본당) 군은 “용기는 선악을 식별하는 굳셈이기도 한데, 보다 굳세져 힘든 시간에도 하느님의 가치를 택하는 ‘반전’으로 내 친구 성령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완전 ‘찐친’이거든요”
“본당에서의 신앙생활은 성사나 교리 교육 위주라 하느님을 와닿는 존재로 느끼기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루멘에서는 내게 필요한 하느님의 영(성령)이 무엇인지 깨우치고, 그분께 먼저 다가갈 수 있거든요. 예전에는 하느님과 이름만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면 지금은 완전 ‘찐친’(진짜 친한 친구)이 되었달까요?”
이어진 심령기도 시간. 루멘 청소년들은 노래와 율동 찬양을 하며 손을 들어 올린 채 소리 내어 기도했다. 의식에서 나온 것이 아닌 알 수 없는 언어로 기도하는 심령기도는 친구처럼 가까이 다가오시는 성령을 다시 느끼며 때로는 기쁨과 위로의 눈물이 날 만큼 은총 가득한 시간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루멘에 나오는 이인호(이시도로·중2·부개동본당) 군은 두 눈을 감고 한 손을 가슴에 올릴 만큼 가장 진지하게 심령기도에 몰입했다.
성령쇄신 봉사자인 부모님 덕에 심령기도가 이미 익숙한 이 군이지만 “숙제 빨리 끝내고 게임해야 하는데…”, “좋은 성적 받으려면 더 공부해야 하는데…” 하는 분심 가득한 일상은 여느 청소년과 다르지 않다. 이 군은 “내가 하느님만을 바라보고 있고 그분이 내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하고 계신다는 체험은 루멘에서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저를 하나씩 바꿔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계속 들어요. 긍정적인 방향으로요. 예전에는 나를 위해 기도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제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더라고요.”
하느님의 가장 영성적인 모습이자 위격인 성령은 삼위일체에서 가장 어려운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루멘 청소년들은 이 군처럼 자신과 함께하며 변화와 은사를 안겨 주는 성령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는 깊은 기도 생활까지 나아가본 적 없는 청소년들도 공감한다.
“성당에 열심히 다니길 바라는 부모님이 사실 불만스러웠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신앙이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 같아요. ”
부모님의 권유로 루멘에서 연 1회 여는 ‘성령 안의 새 생활 피정’에 참가한 한 청소년은 2박3일 일정 마지막 날 부모님과 함께하는 심령기도 때 “두 분이 믿어오신 성령 하느님이 어떤 분이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며 선뜻 화해의 손을 내밀었던 경험을 나눴다.
루멘뿐 아니라 교구 어린이·청년 성령쇄신 기도회를 지도하는 김석훈 신부는 “청소년들이 본당 생활 외에도 매달 한 번씩이라도 하느님을 ‘피부에 와닿는 친구’처럼 접하고 기도 방법을 구체적으로 배워나가면서 영성을 삶의 일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