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가르침 따르는 새 지도자 뽑자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가 담화를 발표했다. 김 주교의 담화는 단지 정치적인 입장 표명이 아니라, 우리 신앙인의 양심을 일깨우는 호소였다. 이번 선거는 우리가 믿는 복음의 가치를 이 사회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대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복음은 언제나 ‘가장 작은 이들’과 함께하신 예수님의 길을 따르라고 우리를 초대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대통령이 어떤 경제 정책을 펼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국민을 섬기고, 갈라진 공동체를 치유하며, 평화를 일구고, 창조세계를 보전하려는 의지가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번 담화에서 김 주교가 제시한 대통령의 네 가지 덕목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매우 귀중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김 주교는 “우리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앞날을 좌우한다”면서 “우리 모두가 후보들의 정책을 꼼꼼히 살피고 식별함으로써, ‘공동선 실현’에 헌신할 수 있는 후보가 뽑힐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는 어떤 후보가 진정으로 공동선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약자와 창조세계를 위한 정책을 펼 의지가 있는지를 분별해야 한다. 가톨릭신자로서,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더 가까이 오게 하는 정직한 일꾼을 뽑기 위해 복음의 정신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 앞에 서 있는 지금, 하느님의 뜻에 따라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일구는 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실천하자.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23면

시노달리타스는 지상과제다

새 교황 레오 14세의 선출에 즈음해 신학자들에게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를 물었다. 조사 결과, 응답한 신학자의 절반이 새 교황의 가장 중요한 사목적 과제로 ‘시노달리타스 구현과 시노드 정신에 따른 교회 건설’을 꼽았다. 시노드 교회의 건설은 제삼천년기 교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하느님의 자비를 바탕으로, 하느님 백성 전체가 성령의 인도에 따라 경청과 대화, 식별의 과정을 거쳐 함께 걸어간다는, 시노달리타스의 실현은 하느님 나라 공동체의 참모습이다. 신학자들은 시노드 교회의 건설이 교회의 쇄신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경직되고 완고한 자기중심적이고 권위적인 사목, 게으르고 나태한 개인주의적 신앙생활, 그리고 세상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변방으로 나아가 주체할 수 없는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교회로 변화돼야 한다. 훼손되고 오염된 공동의 집,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절제된 삶을 살아가며, 폭력과 차별에 고통받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한 평화의 도구가 돼야 한다. 이러한 모든 사목적 과제는 단지 프란치스코 교황, 그의 개혁 과제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레오 14세 교황만의 것이 아니다. 또한 이 과제들의 긴급성과 중요성은 신학자들만이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명심하고 실천해야 할 사명이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 백성의 일원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주님께 받은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발행일 2025-05-25 제3443호 23면

새 교황 탄생을 경축하며

새 교황 레오 14세의 탄생을 하느님 백성 모두와 함께 기뻐하며, 착한 목자를 교황으로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5월 8일,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소속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하느님께서 콘클라베에 참석한 모든 추기경들과 함께하시며 그들의 마음에 성령을 불어넣어 지혜로운 선택으로 이끄셨음을 믿는다. 너무나 사랑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던 2013년, 가톨릭교회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서구 교회를 송두리째 뒤흔든 성직자 아동 성추행 문제와 교황청 재정을 둘러싼 여러 비리는 교회에 대한 신뢰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종교에 대한 무관심, 세속주의와 상대주의, 완고하고 경직된 교회 사목과 행정 등은 교회를 위기에 빠뜨렸다. 그런 와중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그는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얼굴로서의 교회, 변방으로 나아가고 가난한 이들을 품에 안는 야전병원으로서의 교회, 복음의 기쁨이 흘러넘치는 선교적 교회의 모습을 제시했다. 교회는 새로운 희망에 부풀기 시작했고, 저항과 반발 속에서도 성령 안에서의 대화와 경청, 식별을 통해 이뤄지는 시노드 교회의 전망을 보여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이후, 교회는 중대한 역사의 갈림길에 섰다. 미래 교회의 새로운 전망을 보여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시노달리타스로 불리는 새로운 교회의 모습에서 한 발 물러설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미국 출신의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소속 수사이자, 페루에서 가난한 이들 속에서 사목 활동을 해온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새 교황으로 선출함으로써 교회의 방향성을 결정했다. 추기경들과 성령께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을 이어가고 세상에 평화를 실현하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투명한 교회의 지도자로서 레오 14세 교황을 선택했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자신의 교황명을 레오 14세로 정했다. 이는 최초의 사회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통해 산업혁명 시기의 노동자들의 권리와 사회 정의 문제에 응답하고자 했던 레오 13세 교황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또 다른 산업혁명으로 받아들여지는 현대 세계 속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교회의 사회교리를 오늘날의 시대와 사회에 적용해 사회 발전과 정의 문제에 응답하려는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을 ‘복음적 원칙’으로 여기며, “이 귀중한 유산을 받아들여 믿음에서 태어나는 희망으로 이 여정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천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기간 내내 교회 개혁 시도에 대한 저항과 반발은 끊임없이 있었고, 때로는 매우 노골적이고 공식적으로까지 이 개혁이 교회의 가르침을 훼손하고 하느님 백성을 혼란에 빠뜨린다고 비난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러한 모든 비판을 거슬러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이 그리스도의 복음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선출 직후 첫 축복 메시지에서 “두려움 없이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남녀 신자들이 되어 복음을 선포하고 선교하는 하나의 교회로 함께 걷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교하는 교회’, ‘다리를 놓고 대화를 여는 교회’, ‘늘 환영하며 품어주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동안 이어진 세계주교시노드를 통해 우리는 시노달리타스에 바탕을 둔 선교하는 교회의 전망을 모색했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이 위대한 개혁, 시노드 교회의 건설을 레오 14세 교황과 함께 완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발행일 2025-05-18 제3442호 27면

시대 변화 발맞춘 성소 계발 더욱 힘써야

교회는 부활 제4주일을 성소 주일로 지낸다. 성소에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특별히 성소 주일에는 사제와 수도자 성소의 증진을 위해 더욱 노력한다. 갈수록 사제·수도 성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성소 계발은 교회의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다. 매년 성소 주일이면 각 교구와 신학교마다 행사를 마련해 성소를 위한 여러 노력들을 펼친다.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대규모 행사만으로는 청년들이 성소를 식별하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행사들이 성소의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본다면, 그 씨앗을 싹틔우게 하는 개별적 관심과 동반이 뒤따라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종하기 전인 지난 3월 19일 로마 제멜리병원에서 발표한 성소 주일 담화를 통해 “성소는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에 씨를 뿌려 주신 귀중한 선물이며 자기 밖으로 나가 사랑과 봉사의 여정에 나서라는 부르심”이라면서 “인간의 삶과 활동의 다양한 영역에서 성소를 증진하고 저마다 주님 목소리에 영적으로 열려 있도록 돕는 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고”했다. 다행히 최근 여러 수도회와 신학교에서도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성소자 발굴과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청년들이 친근함을 느끼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와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성소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함께함으로써 청년들이 그 여정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많은 청년들이 성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주님께 추수할 새 일꾼들을 청하며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23면

교세 통계가 제시하는 사목적 과제들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4」는 현재 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사목적 과제들을 드러낸다. 이번 통계 조사 결과는 교회 운영과 신자 생활, 사목 환경 등에 있어서 다소의 긍정적인 면이 발견되긴 하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해묵은 사목적 과제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통계는 우선 사회 전반의 저출생 고령화 현상을 넘어서는 연령별 신자 구성을 보여준다. 19세 이하가 6.3%에 불과한 반면 65세 이상 고령층 신자 비율이 27.5%에 달하는데 이 차이는 해마다 더 벌어지는 추세다. 젊은이와 노인들에 대한 각별한 사목적 대책 마련이 여전히 시급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구 구조는 1인 가구의 증가를 불러오는바 이에 대한 대책도 긴급하게 요청된다. 전례와 성사생활에 있어서는 다소간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즉 전년도인 2023년 통계에 비해서는 영세자 수와 주일 미사 참례자 수 등이 미미하게 증가세를 보임으로써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으로 사목 환경과 신자 생활 지표가 회복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포함해 신자 공동체 구성 현황과 교회 운영, 신자 생활 등에서 나타나는 모든 사목적 과제들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여전히 본당 사목의 쇄신과 강화다. 빈번한 거주지 이동과 도시화 등으로 인해 본당 사목구의 의미가 과소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본당은 관계와 환영, 식별과 선교를 위한 특권적 장소로서, 신자들을 지속적으로 동반, 양성함으로써 그들이 부여받은 소명을 실천하도록 도와야 한다.

발행일 2025-05-11 제3441호 23면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를 바치자

가난한 이들을 그렇게 사랑했던, 그래서 우리가 모두 참으로 존경하고 사랑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의 소박한 모습 그대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평생 오직 주님과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한 그를 슬픔으로 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생전에 보여준 삶의 모범과 고귀한 뜻을 이어가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 이제 곧 추기경단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어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이끌 새 교황을 선출한다. 새 교황의 선출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다수결로 지도자를 뽑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람의 손으로 뽑지만 성령의 이끄심과 하느님의 섭리가 이 모든 과정에 함께한다. 그래서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떠나보낸 슬픔을 갈무리하면서 이제 보편교회와 인류 전체를 위한 기도를 해야 한다. 선종하신 교황을 기리고 그가 영원한 안식을 누리도록 기도와 희생을 바치는 동시에 가톨릭교회를 이끌어갈 착한 목자를 주님께서 보내주시기를 기도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수많은 주님의 사업을 후임 교황이 다시금 훌륭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기도의 연대로 지지해야 한다. 이러한 기도를 통해, 교회를 넘어 모든 인류와 세상을 위한 희망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별히 우리나라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책임 있는 이에게 그 무게대로 책임을 묻는 일과 새 지도자를 뽑는 일은 모두 중요하다. 기도의 힘을 믿고 교회와 세상, 나라와 국민을 위한 열렬한 기도를 바치자.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23면

제28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수상작을 기리며

올해로 28회를 맞는 한국가톨릭문학상 수상작이 결정됐다. ‘산문’ 부문에는 소설가 윤흥길의 소설 「문신」이, ‘운문’ 부문에는 시인 김윤희(이레네)의 시집 「핵에는 책으로」가 선정됐다. 선정된 작품과 작가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 소설 「문신」은 심사위원단으로부터 ‘한국 소설사는 어쩌면 윤흥길의 「문신」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같다. 더 이상 「문신」 같은 소설이 나오기는 어려울 터이기 때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시집 「핵에는 책으로」는 ‘원로시인 김윤희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힘찬 결기와 열정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톨릭신문사가 제정하고 우리은행이 후원하는 한국교회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가톨릭문학상은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 작가를 대상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와 진리를 담아낸 작품을 발굴하고 있다. 인간 존엄성과 구원, 사랑과 평화 등의 복음적 가치를 담은 작품 모두가 수상 후보들이다. 문학 작품이 담고 있는 불변의 가치들은 교회의 울타리 안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가톨릭문학상의 가치는 단순히 우수한 문학 작품을 뽑아 상을 준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문학 작품을 통해 인간 삶의 소중한 가치들과 하느님의 구원 섭리가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은 앞으로도 이러한 소명 의식을 바탕으로 문학 작품을 통해 복음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이 그 이상과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관심과 지지를 요청한다.

발행일 2025-05-04 제3440호 23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 이어가야

하느님의 종들의 종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1일 선종했다. 2013년 이후 12년 동안 전 세계 가톨릭교회 하느님 백성을 이끌어온 교황은 안팎의 도전들에 직면해 있던 가톨릭교회가 새롭게 변화하도록 이끌어왔다. 그는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교회가 참된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로서의 모습으로 변화되고 그럼으로써 세상에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얼굴이 될 것을 간곡하게 호소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가난한 이들의 곁에서 스스로 가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며 가난한 이들의 벗으로 살아가기를 원했다. 허름한 구두에 소박한 시계를 차고 소형차를 탄 교황, 해외순방 때마다 수단 자락을 한 손으로 챙긴 채 커다란 검은 가방을 들고 비행기 트랩을 오르는 교황의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들에게 감동이었다. 잘 사는 강대국보다는 작고 가난한 땅을 찾아 빈곤과 전쟁의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을 찾아다닌 그는 진정으로 가난한 이들의 벗이었다. 그는 분쟁으로 얼룩진 고통의 땅들을 찾아가 더 이상 폭력이 의미가 없음을 설파하고 폭력과 억압의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비록 모든 이들이 교황의 평화를 위한 호소에 응답하지는 않았다고 할지라도 분열과 갈등의 세계에서 그는 참된 평화의 사도요 중재자였다. 가난한 이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경제 정의에 대한 그의 비판은 신랄했다. 혹자는 ‘돈의 우상 숭배’와 ‘도덕 없는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을 빌미로 그를 사회주의자로 매도했지만, 교황은 자신은 단지 그리스도인일 뿐이라고 응답했다. 그는 경제의 중심에 돈이 아니라 인간을 둘 것을 촉구함으로써 불평등과 배제의 경제체제를 비판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경직된 권위주의와 자기 경계 안에 안일하게 갇혀 있던 교회로 하여금 변방으로 나아가 야전병원이 되라는, 선교적 이상과 꿈을 일깨웠다. 성직주의에 빠져 있던 성직자들에게는 양의 냄새가 나는 참된 사목자가 되기를 요구했고 모든 믿는 이들에게는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절로 흘러넘치는 복음의 기쁨을 발견하고 전하기를 요청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그의 사랑은 자연스럽게 공동의 집 지구가 처한 환경과 생태계 파괴의 위협으로 이어졌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교황은 자연생태와 인간생태가 모두 가난한 이들의 삶과 직결됨을 일깨우고 그리스도인들과 선의의 모든 이들이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을 촉구했다. 특별히 우리는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잊지 못한다. 당시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남북한이 평화로운 대화를 통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이뤄 나가기를 촉구했다. 교황은 특히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논란 앞에서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며 고통받는 이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가치를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선출 당시부터 지금까지 추진해온 교회 개혁과 쇄신의 노력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바탕을 둔 교회 쇄신 노력의 정점이 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막을 내려 이행단계에 들어갔다.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시노드는 그야말로 제삼천년기 가톨릭교회의 새로운 면모를 실현해 나가는 거대한 청사진이 아닐 수 없으며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직 수행의 큰 열매 중 하나다.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예수 그리스도와 성부의 품에 안겼다. 그는 참으로 많은 과업을 이뤘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아 우리에게 남겨둔 과제들이 앞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존경과 사랑만큼 우리는 그가 꿈꾸던 새로운 교회의 건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발행일 2025-04-27 제3439호 23면

두봉 주교를 기리며

20대의 젊은 사제로 한국에 와 무려 71년을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신앙의 참 기쁨을 전해준 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가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 사제의 모범이자 신앙인의 기쁨을 온전히 살아내신 두봉 주교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며 그분이 남겨주신 하느님의 뜻을 살아가기를 다짐하자. 1953년 6월 사제품을 받은 두봉 주교는 그 이듬해 전쟁으로 황폐했던 한국으로 파견돼 평생을 가난한 이들 곁에서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했다. 대전교구 주교좌대흥동본당에서 한국 땅에서의 사목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69년 신설된 안동교구의 첫 교구장으로 임명됐고, 향년 96세로 지난 4월 10일 세상을 떠나기까지 농민들과 사랑을 나누며 소박한 삶을 살았다. 71년 동안 그의 한국 땅에서의 삶은 그야말로 농민들과 한센병 환자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과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삶이었다.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이들을 억압하는 사회적 불의에 맞섰고,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모든 세력과 싸우기를 서슴지 않았다. 두봉 주교는 주님을 모시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기쁘고 떳떳한 존재’라는 신념과 확신 속에서 그를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신앙의 기쁨을 전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한국교회와 신자들뿐만 아니라 한국 땅과 한국 국민들을 참으로 사랑했다. 그가 2023년 가톨릭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주님을 모시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쁘고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듯이, 우리는 신앙과 복음이 주는 기쁨과 감사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법을 그의 삶에서 배운다.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발행일 2025-04-20 제3438호 27면

부활, 희망을 잃어버린 세상에 영원한 희망을

한국 사회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평안하냐”(마태 28,9) 물었을 때 “그렇습니다”라고 답하기 힘겨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사회 혼란은 현직 대통령의 파면 선고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견해 차이로 깊어진 갈등의 골은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졌고,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는 많은 이들에게 고통과 상실을 안겨주고 있다.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겪은 박해와 조롱, 제자들의 배신으로 가득했던 수난 여정처럼, 한국 사회 또한 사순 시기 동안 깊은 고난을 겪었다. 그럼에도 예수 그리스도가 오늘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다. 수난과 죽음이 끝이 아님을 보여 주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는 믿는 이 모두를 부활이라는 새 삶과 희망으로 초대하고 있다. 전국 각 교구 교구장은 올해 부활 메시지를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과 기후위기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부활이 증거하는 참된 희망’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우리는 선명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연대를 통해 희망을 일구는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둠을 넘어서는 희망과 확신임을 강조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의 부활로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빛을 주셨다. 주님 부활이 주는 새로운 희망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한마음으로 기원하자. 부활이라는 영원한 생명의 약속을 복음으로 세상에 선포함으로써 희망을 잃어버린 세상에 영원한 희망을 전해야 한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25)

발행일 2025-04-20 제3438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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