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레오 14세

“여러분의 신앙과 기쁨을 위한 종으로 함께 걷고자 합니다"

박지순
입력일 2025-05-20 08:25:01 수정일 2025-05-20 10:47:03 발행일 2025-05-25 제 344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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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 즉위 미사…팔리움과 어부의 반지 받고 베드로 사도 직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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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5월 18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봉헌된 즉위 미사에서 ‘로마와 온 세계에’(Urbi et Orbi) 강복하고 있다. CNS

레오 14세 교황이 5월 18일 오전 10시(로마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즉위 미사를 봉헌하며 제267대 교황직에 공식 취임했다.

교황은 즉위 미사에서 정의와 평화를 추구했던 레오 13세 교황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상처받은 세계에서 화합하는 교회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즉위 미사에는 다양한 그리스도교 종단 대표자들이 참석해 교회일치를 위한 자리가 됐으며, 전 세계 100여 개국 정부 대표단도 한자리에 모여 세계 평화와 화해를 모색하는 연대의 장을 마련했다. 즉위 미사가 열린 성 베드로 광장 안과 주변에는 약 20만 명의 군중이 운집해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를 기도 속에 축하했다. 

한국교회에서는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과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오현주(그라시아) 주교황청 대한민국 대사 등이 경축사절단으로 자리했다.

교황은 즉위 미사 봉헌에 앞서 오전 9시경 포프모빌을 타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습을 드러낸 뒤 광장 바깥까지 나가 가까이에서 군중들을 대면했다. 친근한 교황의 모습에 군중들은 환호했다. 

즉위 미사 시작 직전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 안에 있는 초대 교황 베드로 사도의 무덤을 찾아 기도와 분향을 한 뒤 교황 목장을 손에 들고 제단으로 향했다. 교황직을 상징하는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 복음서를 든 부제들이 교황의 앞에서 행렬했다.

교황 즉위 미사의 가장 중심이 되는 의식인 팔리움 수여는 주 시리아 교황대사 마리오 제나리 추기경이 맡았으며, 교황은 전임 교황들과는 달리 선 채로 팔리움을 받았다. 팔리움은 십자가가 수놓인 양털 띠로 양 떼를 돌보는 목자의 사명을 상징한다. 

어부의 반지는 교황청 복음화부 장관 직무대행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교황의 오른쪽 약지에 끼워 줬다. 교황은 역시 선 채로 어부의 반지를 끼며 엷은 미소를 짓다가 감동한 듯 하늘을 올려다봤다. 교황은 어부의 반지를 낌으로써 사람 낚는 어부였던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후계자라는 지위를 분명히 했다.

복음서를 전달받은 교황은 베드로 직무를 개시하는 미사 강론에서 ”아무런 재능도 없는 제가 교황으로 선택되어 두렵고 떨린다“면서 ”한 사람의 형제로서 여러분의 신앙과 기쁨을 위한 종으로 다가가 우리가 하나로 일치되길 바라는 주님 사랑의 길을 함께 걷겠다“고 말했다. 

교황은 아울러 레오 13세 교황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언급하며 “하느님의 사랑이 세상에서 더 가치 있는 것이 된다면 모든 분쟁은 사라지고 평화가 돌아오지 않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아울러 “성령의 빛과 힘에 의지해 하느님 사랑에 근거한 하나 되는 교회, 일치의 표징이 되는 교회, 인류의 화합에 촉매가 되는, 선교하는 교회를 세우자”고 당부했다.

교황은 미사 후 각국 대표단과 인사를 나누면서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즉위 미사에 참례한 뒤 교황을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레오 14세 교황님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과 평화의 상징”이라며 “교황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즉위 미사 말미에 “가자지구와 미얀마 그리고 우크라이나 등 분쟁지역에 영구적인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도하자”고도 당부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