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교황 탄생을 경축하며

박영호
입력일 2025-05-14 09:19:47 수정일 2025-05-14 09:19:47 발행일 2025-05-18 제 3442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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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레오 14세의 탄생을 하느님 백성 모두와 함께 기뻐하며, 착한 목자를 교황으로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5월 8일,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소속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하느님께서 콘클라베에 참석한 모든 추기경들과 함께하시며 그들의 마음에 성령을 불어넣어 지혜로운 선택으로 이끄셨음을 믿는다.

너무나 사랑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던 2013년, 가톨릭교회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서구 교회를 송두리째 뒤흔든 성직자 아동 성추행 문제와 교황청 재정을 둘러싼 여러 비리는 교회에 대한 신뢰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종교에 대한 무관심, 세속주의와 상대주의, 완고하고 경직된 교회 사목과 행정 등은 교회를 위기에 빠뜨렸다.

그런 와중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그는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얼굴로서의 교회, 변방으로 나아가고 가난한 이들을 품에 안는 야전병원으로서의 교회, 복음의 기쁨이 흘러넘치는 선교적 교회의 모습을 제시했다. 교회는 새로운 희망에 부풀기 시작했고, 저항과 반발 속에서도 성령 안에서의 대화와 경청, 식별을 통해 이뤄지는 시노드 교회의 전망을 보여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이후, 교회는 중대한 역사의 갈림길에 섰다. 미래 교회의 새로운 전망을 보여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시노달리타스로 불리는 새로운 교회의 모습에서 한 발 물러설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미국 출신의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소속 수사이자, 페루에서 가난한 이들 속에서 사목 활동을 해온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새 교황으로 선출함으로써 교회의 방향성을 결정했다. 추기경들과 성령께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을 이어가고 세상에 평화를 실현하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투명한 교회의 지도자로서 레오 14세 교황을 선택했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자신의 교황명을 레오 14세로 정했다. 이는 최초의 사회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통해 산업혁명 시기의 노동자들의 권리와 사회 정의 문제에 응답하고자 했던 레오 13세 교황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또 다른 산업혁명으로 받아들여지는 현대 세계 속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교회의 사회교리를 오늘날의 시대와 사회에 적용해 사회 발전과 정의 문제에 응답하려는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을 ‘복음적 원칙’으로 여기며, “이 귀중한 유산을 받아들여 믿음에서 태어나는 희망으로 이 여정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천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기간 내내 교회 개혁 시도에 대한 저항과 반발은 끊임없이 있었고, 때로는 매우 노골적이고 공식적으로까지 이 개혁이 교회의 가르침을 훼손하고 하느님 백성을 혼란에 빠뜨린다고 비난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러한 모든 비판을 거슬러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이 그리스도의 복음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선출 직후 첫 축복 메시지에서 “두려움 없이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남녀 신자들이 되어 복음을 선포하고 선교하는 하나의 교회로 함께 걷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교하는 교회’, ‘다리를 놓고 대화를 여는 교회’, ‘늘 환영하며 품어주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동안 이어진 세계주교시노드를 통해 우리는 시노달리타스에 바탕을 둔 선교하는 교회의 전망을 모색했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이 위대한 개혁, 시노드 교회의 건설을 레오 14세 교황과 함께 완성해나가야 할 것이다.